Dec 30, 2007

paul mpagi sepuya




3254

생각은 많은데 옮겨 담을수가 없다. 그래서 괴롭다.

이성적인 판단에 의하자면 이래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생각만이 가득하고 그렇다.
하루 왼종일 별 다른 일 없이 별 다르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그 사실이 참으로 다행으로 느껴진다.
더 이상 무슨 문제에 대하여 나 아닌 다른 누군가와
논의해야하는 나이가 지나고 있다.
혼자서 결정을 내려야하고 혼자서 생각을 해야하고 혼자서
행동에 옮겨야 하는 것이 익숙해지는
서글픈 나이로 점점 접어드는 것 같다.

다 늦은 오후에 머리를 질끈 묶고 홍대로 나갔다.
바람은 차고 사람들은 제 각각 지나간다.
스타벅스의 뜨끈한 아메리카노에 정을 붙이며,
홍대 이곳 저곳을 기웃 기웃거리다, 어느 곳에서
elliott smith를 만났다. 반가웠다. 하지만 예전처럼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 그게 지금 내 모습인 것이다.
심각하게 감정적이지도 심각하게 이성적이도 않은 뭔가
빠져버린 잃어버린 그 모습이다.
다른 이들처럼 무한도전을 보며 낄낄거리고
소녀시대를 보며 와 와 하며
감탄하는
잡다한 세상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정작 무언가는 잃어버린

오늘 그리고 내일이 지나면 스물 일곱이 된다.

홀수는 비교적 기분 좋은 숫자이다.
미묘하게 어긋나는 그런 느낌이 좋다. 스물일곱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감은 전혀 들지 않는다.
단지 아직도 내가 여전히 살아있고 뭔가 꿈을
꾼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어쩌면 지금 지껄이는 모든 말들이 어디에서부터
시작이 어떻게 되었는지 나조차도 모를 밤이다.
시간은 그리고 공간은 나를 다르게 만들어준다.
지금 이 공간에는 elliott smith 아저씨의 기타소리만이 가득하다.
세상은 침울할 정도로 고요하다.


안녕 모두들